반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가끔 부작용을 겪는다.
반전 콘텐츠의 맹점은 이미 반전이 있다는 걸 아는 시점에서 순수한 반전의 효과를 잃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하는 행동이 소재나 줄거리에 최대한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인데...
반전성애자라도 감당하기 힘든 플롯은 분명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게임은 바로 그 부작용에 해당되는 사례였다...
전쟁 게임?? 콜옵이나 배틀필드에도 반전 있잔아 ㅎㅎ 알지알지
딱 이 생각으로 켰다
그런데
시종일관 모든 장면들이
나의 가슴을 난도질한다..
다음은 플레이 직후에 썼던 감상문이다.
이 게임은 전쟁을 통해 인간이 겪게 되는 윤리적인 고민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는 소재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전쟁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모두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 벼랑 밑에도 쉴 수 있는 천국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이 게임에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은 없다는 사실이다.
게임이 내포하고 있는 주제를 플레이어에게 주장하는 정도는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서 달라지는데, 나는 크게 두가지 맥락에서 매우 강한 편이라고 느꼈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몇 개의 분기점이 있는데, 사실 그것은 플레이의 큰 흐름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 더 중요한 장면은 워커를 포함한 델타 포스 부대원들이 백린탄을 사용하는 부분이다. 내가 첫번째로 인상 깊었던 점은 이 부분이 분기점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는 백린탄의 사용을 강제당한다. 이 사건 이후로 워커의 정신 상태는 급격히 나락으로 추락하고, 이런 심적 변화가 게임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줄기이다. 따라서 이 장면은 플레이어들이 '워커'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일종의 세례식이다.
다른 하나는 게임이 제 4의 벽을 허문다는 것이다. 워커의 판단을 믿고 따르던 부대원들은 어느 순간부터 임무가 잘못되어 가는 것을 감지하고 본인들의 상사인 워커를 비난하기 시작한다. 이 때 부대원들은 워커의 시점이자 화면을 비추고 있는 카메라, 즉 플레이어를 직접 가리킨다. 심지어 초반에는 배경 설명을 해주던 로딩 문구가 후반에는 '아직도 당신이 영웅이라고 생각합니까?'라며 대놓고 플레이어를 힐난한다. 여러모로 섬짓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렇게 플레이어들을 스토리에 강하게 결속시키므로, 워커의 심리 변화 역시 기민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위 감상문에서 언급했듯이 백린탄의 사용 시점부터 게임의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뀐다. 이때 반전의 초석이 놓였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후반으로 갈수록 이 게임이 슈팅 게임이라는 사실이 원망스럽기 시작한다... 진짜 그만하면 안 될까요?
어쨌든 전쟁 소재를 다룬 게임에 흔히 있는 전쟁 미화가 없다는 점은 좋았다.
무엇보다 서서히 망가져 가는 델타 포스 부대의 모습과 심리 묘사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 풀메탈자켓이라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가 떠오른다.
++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흑인인 게 좀 아쉬웠다. 대표 미국 '영웅'들인 아이언맨 캡아 베트맨 모두 백인 아니엇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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